[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경기 부진 지속으로 최근 장바구니 물가와 유가가 들썩이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성장 저물가로 일본식 장기 불황 전철을 밟는 디플레이션 걱정에서 고성장 고물가란 인플레이션 쪽으로 일단 큰 방향을 틀었다는 건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경기 회복의 온기는 느껴지지 않고 AI와 구제역 등 복합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물가가 치솟고 있어 과연 우리 경제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현 경제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일각에선 물가 상승이 내수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부진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월(1.3%) 대비 0.7%포인트나 상승한 2.0%였다. 물가상승률이 2%대로 올라선 것은 4년3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 들어 물가상승률이 껑충 뛴 것은 식료품 가격과 유가 상승탓이다.

1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8.5%나 올랐다.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수급이 급격히 줄어든 달걀 가격은 61.9%나 급등했다. 작황 부진을 겪고 있 배추(+78.8%), 무(+113.0%) 가격도 크게 올랐다.

'트럼프노믹스'에 따른 물가 상승 기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 상승세로 석유류 가격도 8.4%나 올랐다.

문제는 경제 심리가 살아나면서 자연스럽게 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공급측 요인에 의해서 상승세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 때 공급측 충격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경기가 침체됐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는 경기 흐름이 부진한 가운데 물가가 비교적 크게 오르며 '저성장-저물가' 구조에서 '저성장-고물가' 구조로 이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2%)를 넘지 않는 수준이고 경기도 '침체' 수준으로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경기 부진은 사실이지만 경기 침체로 보긴 어렵다"며 "경기 침체라고 하려면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정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2~3년 전에 비해 낮은 수준이므로 급등으로 보긴 어렵다"며 "과거와 달리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등이 받쳐줄 부분이 있어 유가 급등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학계에서도 우리 경제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기보다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는 벗어났지만 인플레이션까지는 유발되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수준의 지표 변동이 나타나고 있지 않더라도 공급측 요인에 의한 '비용상승형 인플에이션'이 지속시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유가가 급등하거나 재해에 의해서 식품 가격이 폭등시 경제 주체의 심리를 위축시켜서 경기 부진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가 불안 요인이다. AI 사태로 달걀 가격이 크게 오른 데 이어 구제역 사태로 육류 가격도 급등할 조짐이다. 정부가 최근 구제역 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리면서 한우 경매가는 열흘새 15% 넘게 뛰었다.

또 유가 상승이 다른 공산품이나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여지도 있다.1월 전체 공업제품 가격은 1.6% 상승에 그쳤고 전기·수도·가스 가격은 8.3% 하락했지만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이들 품목의 가격이 뒤따라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물가 상승폭에 비해 체감 물가가 크게 오른 점도 가계 심리를 위축시킨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가격상승 품목에 2.5배의 가중치를 적용시 올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최대 5.1%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건국대 오정근 금융·IT학부 교수는 "현재 물가 수준이 스태그플레이션이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소비가 정체된 상황에서 채소나 식음료품 가격이 많이 올라서 가계가 스태그플레이션과 유사한 상황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 문제점은 내수 심리를 위축시켜 소비와 투자 등 실물 부문의 침체를 가속화시키는 것이다"며 "이 경우 정책금리 인상 및 인하 모두 어렵게해 통화정책 역시 제약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키워드
#N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