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대통령이 임기동안 수많은 국가 공동체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활동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대통령이 국가안보에 대한 문제를 처리한다고 해서, 직접 총을 들고 경계근무를 서는 것이 아니다. 또 대통령이 불행한 사고를 당한 유가족을 찾아가 포옹해 준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대통령의 국정행위의 대부분은 사실 말로 이뤄진다. 대통령은 한 순간도 잠잠할 새 없는 국가 공동체 내의 문제들의 해결책을 말로 지시한다. 나름의 해결책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법적 효력을 갖도록 만들어 추진되기도 하고, 대통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인적쇄신을 위해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으로 명망가 법조인을 영입했으나,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관련한 이견을 월권이라는 판단으로 최근 해촉했다. 문자 한 통으로 해촉당한 전원책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시간이 약이었는지 폭로할 것이 마땅치 않았는지 차분하게 자유한국당을 떠났다. 열정 가득했던 한 법조인의 한탄을 들으며 자유한국당의 변화를 ‘혹시나’하며 지켜봤던 국민은 다시 한번 실망하고, 기대가 컸던 국민은 분노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는 기대를 접은 국민들의 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원을 민주당에 뺏긴 중간선거 다음날 ‘엄청난(tremendous)’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하면서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서둘지 않겠다’, ‘제재해제는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 ‘협상 판을 먼저 깨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선거를 평가하는 대목에서는 매우 어색했으나 북한 관련해서는 수차례 같은 용어를 반복했다. 뭔가 믿을 구석이 있다는 것인가? 일단 지난 11월 8일로 예정됐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뉴욕방문이 ‘단순한 일정상의 문제’로 취소됐다.트럼프는 이번 중간선
미국의 중간선거가 임박했다. 임기 6년의 상원 100명의 35명과 임기 2년인 하원 435명 전원을 새롭게 뽑게 된다. 현재는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 양원의 다수를 점하고 있다. 상원은 공화당이 100석 중 51석, 하원은 435석 중 241석을 차지하고 있다. 여당이 다수이나 압도적이진 못하다. 상원의 경우, 민주당 의원 지역 24곳, 민주당 성향 무소속 지역 2곳, 공화당 의원 지역 9곳에서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26곳을 지켜야 하고, 공화당은 9곳만 지키면 되는 선거인만큼 상원선거는 공화당이 유리하다. CNN은 공화
10월 29일. 2018년 국정감사가 끝난다. 국회는 국가공동체의 공존 규칙들을 만들어 가는 것(입법)과 국가공동체 내에서의 공존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이 정당하게 집행되는 가를 감시(국정감사)하는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이 두 가지는 별개가 아니라, 국정감사를 통해 발견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공존규칙을 제정하는 순환적 과정을 반복한다. 국정감사는 여의도 입법부가 광화문/세종시 행정부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여의도의 에너지는 밖을 향하게 한다. 이 국정감사가 마무리 되면, 이제 여의도의 에
지난 11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에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두 개의 이슈 때문이었다. 하나는 9월 평양정상합의의 군사분야에 대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불만에 관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정부가 천안함 폭침에서 비롯된 5.24 대북제재조치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강 장관의 국정감사 답변이다.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9월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 중 군사합의 부분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일본발 언론기사로 비롯됐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우려한 부분은 지난달 평양에서 남북한이 채택한 군사
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청와대 직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에서 업무추진비 사용을 제한한 시간대에 청와대 직원들이 1842건의 클린카드 사용내역, 사용 장소도 부적절한 각종 호프집, 주막, 이자카야, 와인바, 포차 등에서 235번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고 공개한 것이다. 감사원을 통해 전 정권에서 임명한 강규형 KBS 사장의 업무추진비를 샅샅이 뒤져 2년간 327만 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을 밝혀내고, 물러나게 만들었던 정부로서는 난처한 일이 아닐 수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 간의 만남 이틀째인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살짝 흘러나오던 김 위원장의 답방이 공동선언 마지막 항에 담겨있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육성으로 발표했고, 이어 우리 대통령이 보충설명도 했다. 가까운 시일이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 해 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2000년 6.15 공동선언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정중히 초청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앞으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둘러싸고 여야 간 입장 대립이 팽팽하다. 일단 국회 비준 동의 여부는 정상회담 이후로 연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들어 조속한 비준 동의안 처리를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판문점선언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대북경협 사업이 구체적이지 않은데다 북한 핵문제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바른미래당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결의안을 먼저 통과시키고 추후에 비준동의 여부를 논의하자는 제3의 입장을 내놓았다.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은 본회의에 상정
지난 9월 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5인의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파견단 구성은 적절했다. 올해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4시간 이상을 대화했던 인물들을 다시 파견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미세한 표정 변화도 포착하도록 한 것이다.특사 파견 전날, 우리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50여분 긴 통화를 나눴다.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는 빠져있었지만, 백악관 대변인은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포함해 최근의 한반도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북핵 폐기의 첫 단계로서
“회담에서는 일정에 올라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갖기로 합의했다.”지난 8월13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의 마지막 대목이다. 당초 평양정상회담이 8월 말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9월 안’이라는 문구 합의로 갈음했다. 리선권은 회담 말미에 판문점 정상선언을 한국이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마디로 날짜를 못박지 않을 테니 9월 평양정상회담 전까지 한국은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는 으름장이다.이 합의가 나오던 시점에 한반도의 외교일정은 대체
문재인 정부 2기를 이끌 경제수석이 교체됐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초점은 이 정부의 정책브랜드인 ‘소득주도성장’에 기조적 변화가 있을 것인가이다.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인사브리핑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 임 실장은 신임 윤종원 수석에 대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힘 있게 실행해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했다. 이 말대로라면 기존 정책 기조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하지만 임 실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렇
처음엔 그가 ‘항룡간’을 잡기라도 한 줄 알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경수 선임연구위원을 두고 하는 얘기다. 그는 지난 4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거의 모든 언론은 이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KDI,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 제기’라는 요지로 보도했다.과거에도 국책 연구기관이 정부 정책에 비판적 보고서를 내놓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특히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도 반골 기질의 ‘요주의 연구원’들이 정부 입맛에 안 맞는 보고서를 내놓아 파문을 일으키곤 했다. 지금 바른미래당을 이끌
‘이로동귀(異路同歸)’는 가는 길은 각각 다르나 닿는 곳은 같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방법은 다르지만 그 결과는 같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필자는 지난 4월말 국토교통부에서 공시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이 11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는 기사를 보고 ‘이로동귀’를 떠올렸다.현 정부에서는 실수요 목적 보유가 아닌 투자 또는 투기 목적의 다주택보유자에 대한 제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으며 꽤 오래전부터 제재의 마지막 단계인 보유세 카드를 검토하고 있었다고 한다.언뜻 보기에 보유세를 인상한다면 단순히 세율 인상만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 의제로 27일 역사적 담판을 벌인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에 마주하게 된 두 정상의 만남은 만남 자체로써가 아니라 한반도 나아가 세계 공동 번영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24년 전의 일이다. 북한은 처음으로 남한을 향해 ‘서울 불바다’를 꺼내 들었다. 1994년 3월 남북실무접촉 회담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가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다. 전쟁이 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된다”고 경고한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공개석상에서 북한측 인사의 이 같
한국지엠 노조가 현안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지금의 사태는 평소와 같은 임금및단체협약(임단협)을 위한 협상이 아니다. 존폐 기로에 선 한국지엠 ‘경영난’을 풀기 위해 GM본사가 개입한 노사협상의 마당이다. 노사 머리를 맞대고 서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특히 노조는 한국과 멀어지려는 GM의 바지 자락을 잡고 늘어지며 그 어떤 것도 감수하겠다는 전향된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왜냐하면 회사가 어려우면, 지금까지 누려왔던 일자리도 없어지기 때문이다.지금 한국지엠의 자금난은 인건비 지급은 물론 협력업체 부품대금 지급도 어려울 만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의 저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가 쓴 '이기는 프레임'은 미국에서 진보 정치인들이 적극 참고해야 할 언어 교과서로 불린다. 일반적인 보수주의자들이 경제적 효율성과 개인적 책임성을 강조한다면, 진보주의자들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적 부조를 강조한다는 것이 레이코프의 논지다. 하지만 실제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보수주의적 정책과 진보주의적 정책은 서로 혼합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상대 진영의 논리를 갖다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파
한국인들이 정확한 인식 부족으로 큰 손해를 보는 것 중에 하나가 수자원이다.한국은 천연자원 빈국으로 90%이상의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생활에 가장 기본적인 자원인 ‘물’에 대한 중요성과 잠재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예로부터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많아 '금수강산'이라 불렸던 한국의 수자원은 중국 사신이 부러워할 정도였다. 깨끗한 수자원의 천연의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국가들은 의외로 귀하다.실례로 유럽국들은 자연 그대로의 물을 마실 수가 없어서 맥주, 차, 와인 문화의 음료문화를 발달 시켰다. 현대
‘1. 올림픽 게임 2. 월드컵 축구 3. 데이비스컵 테니스대회 중 성격이 다른 하나는?’정답은 1번 올림픽 게임이다. 월드컵 축구나 데이비스컵과는 달리 올림픽 게임은 국가 대항전이 아니다. 올림픽 헌장 제1장 6조 1항은 “올림픽 게임은 개인과 팀의 대항전이며 국가 간의 대항전이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국가별 메달 획득 순위를 집계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림픽 개최지를 국가가 아닌 도시 단위로 선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그러면 올림픽은 왜 이처럼 ‘국가’라는 개념과 애써 거리를 두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사건 항소심 선고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삼성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관해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72억9427만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16억2800만원)을 그 청탁의 대가로 봤다. 항소심에서도 유무죄를 가를 키워드는 ‘묵시적 청탁’이 될 것으로 보인다.인터넷에서 ‘묵시적 청탁’에 관한 판례를 찾아보면 가장 오래된 건으로 1984년2월21일 영동 부정대출사건이 검색된다. 당시 1심 재판부는